길을 걷는데 나이 지긋한 거지가 앞을 막아섰다. 빨갛게 충혈된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고 입술은 시퍼렇게 질렸으며 옷차림 또한 남루했다. 몸 여기저기에는 곪아 터진 상처도 많았다. 가난이 그를 이렇게 불쌍한 몰골로 바꿔놨겠지!
그는 퉁퉁 부은 더러운 손을 내밀며 애처롭게 구걸을 했다. 하지만 주머니를 다 뒤져도 지갑은커녕 손수건 한 장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시계도 차지 않은 맨몸이었다.
거지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손을 내민 채 그대로 서 있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그의 더러운 손을 꼭 잡고는 “어르신, 죄송합니다. 지금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네요.”라고 말했다.
거지는 입가에 웃음을 띠며 나를 쳐다보더니 차가운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선생님. 제 손을 잡아 주신 것만으로도 대단히 감사드릴 일인 걸요.”
그제야 나는 그 노인에게 한 수 배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왕징, 『철학의 즐거움』, 베이직북스, 2011, p.17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