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얘기야.
60년대에는 남대문시장에 가서 안 속고 물건 사면 서울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었어. 그만큼 남대문시장은 바가지를 잘 씌우기로 악명 높은 시장이었지.
이불감을 사러 갔지. 그런데 어디서 사야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거라. 큰 걱정을 안고 비단 가게로 무작정 들어가서는 솔직하게 말했어.
“이불감을 사려고 하는데 주인아저씨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시는 것으로 골라주세요. 제가 천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요.”
나는 비단 장수를 믿기로 했어. 천 장사를 하는 사람보다 누가 더 잘 알겠어?
“이렇게 좋은 물건은 어디 가도 못 삽니다. 20년 넘게 남대문에서 비단 가게를 했는데 나를 믿고 골라달라는 손님은 처음이요. 젊은 아가씨가 참 고맙네요.”
물건은 좋은 것으로 잘 골랐으니 다음은 가장 중요한 가격 흥정.
나는 이번에도 솔직하게 이야기했어.
“아저씨, 얼마를 깎아야 친구들이 바가지 안 썼다고 할까요? 아저씨가 알아서 깎아주세요.”
아저씨는 피식 웃으면서 말씀하셨어.
“남대문시장에서 이만큼 싸고 품질 좋은 천을 산 사람 있으면 데리고 오세요.”
이불감을 사서 동네 단골 이불 가게에 들렀더니 자기도 이불 가게 10년, 비단 장사 20년을 했는데 정말 좋은 물건을 잘 샀다고 말해주었어. 이불 가게 주인도 그 도매 가게를 알려달라고 할 정도였어.
나는 그 일을 통해 주인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웠어.
길거리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도 똑같이 그 방법을 써봤어. 내 손으로 물건을 뒤적거리지 않고 “할머니, 알아서 좋은 걸로 주세요.”라고 말이야. 그러면 항상 더 좋은 것을 주시려고 하시더라고. 그것도 기분 좋게. 나는 이 방법이 좋다는 확신을 얻었기에 50년 동안 이 방법으로 물건을 사고 있어.
길거리에서 파는 야채라고 함부로 뒤척거리지 마. 할머니에게는 부추 한 단이 자신의 명품인 거거든.
양순자, 「어른공부」, 가디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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