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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잔-39편] 얼굴만 마주해도

  • (사)더함께새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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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티>라는 영화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어른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이를 때까지 화면에 나오는 모습은 철저하게 아이들과 외계인의 얼굴뿐이고 어른의 얼굴은 주인공인 엘리엇의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거의 화면에 나오지 않는다.


물론 등장인물이 어린이들뿐이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외계인을 어떻게든 자신의 별로 되돌려 보내 주려는 아이들과 외계인을 포획해 연구 대상으로 삼으려는 어른들의 대결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어른이 등장한다. 그런데도 적인 어른들의 얼굴은 화면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어른의 얼굴이 화면에 비치는가 싶으면 부자연스럽게도 허리부터 상체가 화면에서 잘려 있거나 역광으로 실루엣 처리가 되어 있기도 하고, 때로는 방사능을 막기 위해(서라고 생각되는) 헬멧을 쓰고 있어서 항상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어른의 얼굴은 영화 후반의 클라이맥스에 가서야 등장한다. 거의 죽게 된 외계인을 구하기 위해 어른들과 아이들이 협력하는 장면에 이르러 비로소 어른들은 헬멧을 벗고 주인공 엘리엇 남매들과 서로 ‘얼굴’을 마주한다.

 


야마구치 슈,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다산초당, 2019, p.165

 

   


 

사람이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다름을 어떻게 극복하고 함께해 나갈지 노력하지 않는 것은 문제입니다. 영화 <이티> 속 어른들의 잘못 역시 아이들의 얼굴을 제대로 응시하려 노력하지 않고 충분히 소통하지 않았던 데 있었습니다.

 

얼굴만 마주해도 미움이나 오해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경험을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해 보았을 것입니다. 알고 보면 공감하고 이해하는 일은 몹시 어렵거나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그저 가까이에서 눈빛을 바라보고, 얼굴과 몸짓에 담긴 언어를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거리를 상당히 좁힐 수 있습니다. 

조금 불편하고 번거롭게 느껴지더라도 서로를 충분히 마주하며 깊이 있게 나누는 일에 소홀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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