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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잔-31편] 그까짓 게 뭐라고

  • (사)더함께새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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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십여 권의 사회 과학 서적을 싸 짊어지고 무작정 집을 떠난 적이 있었다. -중략- 십여 권의 책이 들어있는 가방은 여전히 꽤나 무거웠는데 그런 만큼 산을 거의 올라갔을 때 얻어지는 만족감도 컸다. 나는 그 높은 산을 정복했다는 만족감에 스스로를 찬양하며 땀을 닦고는 산어귀를 돌아섰는데 그때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어떤 노부부가 손바닥만 한 한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두 눈을 의심할 도리밖에 없었다. 이 높은 곳에 밭이라니. 그것도 한 줌도 안 될 것 같은.

“저 밑에서 올라오셨어요?” 나의 관심사는 단 하나, 이분들이 혹시 저 밑에서 올라 오셨으면 어떻게 하나였다.

“그럼요!”

“저 밑에서요?”

“그렇다니까요.”

“올라오는 데 얼마나 걸리시는데요?”

“글쎄, 한 한 시간. 지금은 나이가 들어 더 걸리긴 해요.”

“이 작은 밭을 가꾸려고요!”

“그럼.”

나는 ‘도대체 요 작은 데서 나는 게 돈으로 얼마어치 된다고요’ 내뱉으려다 문득 느껴지는 게 있어 입을 꽉 다물고 말았다.

 

 

김진명,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이타북스, 2022, p.170

 

 

 

 

 

그저 손바닥만 한 밭뙈기 하나가 노부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날마다 오르내리며 가꾸고 돌보는 것이 얼마나 큰 정성이고 수고였을까요?

그 열매 맺는 결실이라는 것은 또 얼마나 소중하고 기대되는 것일까요?

 

나의 눈으로는 다 확인하여 알 길이 없습니다.

듣고 보는 것만으로는 ‘그까짓 게 뭐라고’ 대수롭지 않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부부가 오르는 그 산을 한 번 따라 올라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하찮게 여겼던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곧바로 실감하게 됩니다.

정성은, 노력은, 소중함은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조심해야 합니다.

작을수록, 쉬워 보일수록,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일수록,

얕보지 말고, 함부로 대하지 말고, 마음대로 판단하지 않도록.

 

관찰자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당사자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더불어함께 새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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