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나이를 묻는 질문을 숱하게 들어왔다.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주로 나보다 더 연장자인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대부분은 나에게 나이를 물은 뒤 부러움과 핀잔이 반반쯤 섞인 말들을 건넸다.
“내가 그 나이 때는 말이야”로 시작해서 “한창 좋을 때다”나 “조금 지나봐야 알지” 같은 말들을 거쳐 “그 나이로 돌아갈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로 끝을 맺곤 하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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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임의 저녁 자리에서 연세가 지긋한 한 분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시작은 역시 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그분의 말은 달랐다.
“제가 잘은 모르지만 한창 힘들 때겠어요. 적어도 저는 그랬거든요.사랑이든 진로든 경제적 문제든 어느 한 가지쯤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지요. 아니면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그런데 나이를 한참 먹다가 생각한 것인데원래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 일 생각보다 괜찮아요. 준이씨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이 드세요.”
충격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로 채워둔 사람과 무엇을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간에 어느 한 시절 후회 없이 살아냈던 사람의 말은 이렇게 달랐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난다, 2017,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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