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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잔-91편] 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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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편  더함께새희망_에밀

 

다 다르다

  

-박노해           

 

초등학교 일학년 산수 시간에

선생님은 키가 작아 앞자리에 앉은

나를 꼭 찝어 물으셨다

일 더하기 일은 몇이냐?

 

일 더하기 일은 하나지라!

나도 모르게 대답이 튀어나왔다

 

뭣이여? 일 더하기 일이 둘이지 하나여?

선생의 고성에 나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예, 제가요, 아까 학교 옴시롱 본깨요

토란 이파리에 물방울이 또르르르 굴러서요

하나의 물방울이 되던디라, 나가 봤당깨요

 

선생님요, 일 더하기 일은요 셋이지라

우리 누나가 시집가서 집에 왔는디라

딸을 나서 누님네가 셋이 되었는디요

 

아이들이 깔깔깔 웃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으로 손바닥에 불이 나게 맞았다

 

수업시간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내 손바닥을 어루만졌다

어쩌까이, 많이 아프제이, 선생님이 진짜 웃긴다이

일 더하기 일이 왜 둘뿐이라는 거제?

일곱인디, 우리 개가 새끼를 다섯 마리 낳았응께

나가 분명히 봐부렀는디

쇠죽 끓이면서 장작 한 개 두 개 넣어봐

재가 돼서 없어징께 영도 되는 거제

 

그날 이후, 나는 산수가 딱 싫어졌다

 

모든 아이들과 사람들이 한줄 숫자로 세워져

글로벌 카스트의 바코드가 이마에 새겨지는 시대에

나는 단호히 돌아서서 말하리라

 

삶은 숫자가 아니라고

행복은 다 다르다고

사람은 다 달라서 존엄하다고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느린걸음, 2010

 

 

 
 
우리는 정답이나 표준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맺고 끊는 분명함에 담긴 쉽고 편리함을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인생은 답이 분명하지 않은 질문들의 연속입니다. 끝없이 답을 찾아가며, 때로는 평생을 두고 생각해 보아도 정답을 알 수 없는 문제들로 늘 고민하게 됩니다.
 

어떤 책에서 인생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질 때 ‘인생의 의미가 뭘까?’라고 정해진 답변이 있는 질문을 던지기보다 ‘내가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와 같이 내가 답을 정할 수 있는 질문을 하는 것이 우리 삶에 더 올바른 질문이지 않겠냐고 말한 것이 생각납니다. 우리의 인생은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분량 제한 없는 주관식 시험문제와도 같은 것이라면서요.

 

질문의 끝엔 잠재된 가능성이나 거창한 미래, 희망 같은 것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들 사이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내 인생의 의미는 충분하겠지요. 

 

나에게 질문하면서, 나만의 답을 찾아가 보아야겠습니다.

실수해도 괜찮고,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면서요.

 

나는 다르고, 그게 나여서 다행이라고도요.

그렇게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더함께새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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