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잡는 '포퓰리즘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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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잡는 '포퓰리즘 증세'

문재인 정부가 첫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소득 분배를 개선하고 얄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취지를 세법 개정안에 담았다.
내년에 과표 2000억원 이상 법인세율은 20%에서 25%로 인상된다.
과표 5억원을 초과하는 개인 소득에 대한 최고세율도 40%에서 42%로 올라간다.
세제 개편에 따른 증세 효과는 연간 5조 5000억원이다.
대기업이 2조5500억원, 고소득자는 2조5700억원의 세금을 각각 더 부담하게 됐다.

정부는 감세에서 증세로 패러다임 선회를 선언했다.  조세 저항이 상대적으로 덜한 슈퍼리치와 재벌을 타킷으로 삼았다.
조세개혁에 따른 세수 효과는 5년간 27조5000억원 늘어난다.  그렇지만 새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178조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복지제도의 정비와 함께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한 증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 국민적 합의가 절실한데 정부는 일방통행식 세금 인상안을 마련했다.

이번 '부자 증세'는 여당이 주도했다.  정치권 세금 논쟁은 진영논리를 배경으로 '틀짜기 효과(framing effect)'를 노린 '네이밍 전쟁'으로 비화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명예 과세'하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불신보다 사랑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인상된 법인세는 '사랑 과세'가 되고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소득세는 '존경 과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증세 논의를 대기업과 부자에 대한 편 가르기 식으로 접근한 '포퓰리즘 과세'라는 비판이 만만찮다.
아울러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저버린, 정치적 지지층을 위한 '꼼수 증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금 폭탄을 맞게 된 대기업은 울상이다.
세율 인상을 적용받는 대기업은 지난해 기준 129개다.
올해 기업실적이 호전되므로 대상 법인은 더 늘어난다  이들 기업은 △고용 확대 △비정규직 축소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에 △법인세 인상까지 오중고에 직면한다.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 세액공제가 축소되는 마당에 법인세가 오르면 기업 투자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책상 모순이 발생한다.
또한 미국, 일본, 유럽 등 경쟁국이 법인세 인하에 나선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가 최고 법인세율을 25%로 올리면 세율을 내린 일본(23.4%)과 법인세율이 역전된다.
미국은 35% 법인세율을 1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 결과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키고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제력을 훼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세구조의 왜곡은 각종 부작용을 초래한다.  과표 2000억원이 넘는 기업들이 법인세 부담 증가를 피하기 위해 만에 하나 기업분할에 나서는 경우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법인세율을 4단계 누진구조로 가는 대신, 선진국형 단일 세율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세율 구간을 의식한 축소 경영은 기업 성장을 저해하고 세수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대기업이 해외 사무소를 현지법인으로 전환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국내로 송금하지 않고 해외에 쌓아두거나 한국보다 세율이 낮은 국가의 현지법인을 활용해 해외 투자를 늘리는 세금 회피 현상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세금을 더 걷는 것에 대해선 국민 누구나 싫어한다.
정부는 부가가치세율 10%는 당분간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근로소득 면세자 규모를 줄이는 시책도 손대지 않았다.
하지만 특정 계층에 한정된 '핀셋 증세'는 마녀사냥식 증세라는 비판을 받는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공평하게 세원을 넓히는 '보편적 증세'가 바람직하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조세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
(출처 매일경제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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